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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랍

챠파파 2018. 6. 30. 00:54
원식이가 살던 제국에 한 황제가 있었어요. 그 황제는 성격이 아주 포악하기로 유명했죠. 그런 황제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어렸을적 부터 다른 나라의 학문을 공부하기 위해 보내졌죠. 황태자에게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아주 안 좋은 소문들이 있었어요. 살인을 밥 먹듯이 한다, 주색가에 호색가이다, 사실 공부가 아니라 쫓겨나서 간 것이다 등등 무성한 소문이었죠. 원식이는 대대로 제국에 몇백년에 한번 나오는 신의 전령으로 태어났어요. 황제의 반려가 될 운명을 타고 났지만 신의 전령을 잉태한 모체는 아이가 태어나면 죽게 된답니다. 그래서 어머니를 매우 사랑하던 원식이의 아버지는 원식이를 넓고 꽃이 가득한 화국원에 가두고 시종만을 붙었죠. 덕분에 원식이는 몇년간 들키지 않고 잘 숨어 지냈어요. 하지만 황제에게 들켜버리고 궁으로 들어가게 되죠. 역사상 처음으로 남자인 신의 전령이 내려온 터라 황제는 못마땅해했죠. 지금까지의 신령들은 출중한 미모에 아름다운 흰백색 날개를 가졌다고 기록되어 있었으니까요. 원식이는 남자에 날개도 왜소하고 미모가 여자처럼 출중한것도 아니었어요. 황제는 원식을 자신의 거처와 가장 멀리 떨어진 전각에 가둬요. 또 갇히게 된 원식이는 점점 소심하고 자존감 없이 자라고 몸이 커 갈수록 자괴감과 자기성찰에 빠져요. 신령들은 일정시기가 지나면 향일이 찾아오는데 이때는 후손을 잉태할 수 있게 되요. 그런데 황제는 그런 원식이를 홀대하죠. 며칠 뒤 궁에 황태자가 십몇년 만에 돌아올 거라는 소식이 들리고 원식이와 결혼을 시킬 것이라는 사실이 원식이의 귀에도 들려요. 어쩔 수 없이 궁인들의 손에 이끌려 결혼 준비를 하지만 황태자의 소문을 익히 들어왔던 터라 불안한 원식이. 그 상태로 결혼식 당일이 찾아오고 원식이 입장할 차례가 되었어요. 저 멀리 높디 높은 단상에 서 있는 황태자가 보이고 원식이는 가마에서 내려 황제의 농간으로 신게 된 높은 굽의 신발에 겨우 날개로 중심을 잡으며 서 보지만 몇발짝 못 가서 발목이 삐끗해서 자리에 주저 앉고 황제는 비웃듯이 크게 웃어요. 좌우에 나란히 서있던 대신들에게서도 웃음이 터져나오고 원식이는 울 것 같은 기분에 고개를 푹 숙여요. 일어나 보려고 하지만 발목에는 이미 힘이 안 들어가고 시야가 흐릿해지는데 흐릿해진 시야로 멋들어진 육단화가 보여요. 원식이는 황태자 것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았지만 고개를 들지 않고 더 푹 숙여요. 겨,결례를 범하게, 범하게 되어 소,송구스럽사옵니다 전하. 황태자가 자신을 때릴 것을 예상하고 눈을 꾹 감은 원식의 몸이 번쩍 들어올려지고 높은 신발을 손수 벗겨준 황태자가 무거운지도 않은지 원식이를 안고 단상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해요. 어쩔줄 몰라하는 원식이와 벙쪄버린 대신들 흥미로워하는 황제까지. 내 목에 팔 감아요. 그 말에 허겁지겁 팔을 두르고 낮게 웃는 황태자에 그의 어깨에 얼굴을 푹 묻고 어찌어찌 결혼식이 끝나요. 초야가 찾아왔어요. 궁인들이 원식이를 장미향 물로 목욕시키고 향유를 바르고 머리손질을 해주고 좋은 옷을 입혀주고 원식이는 안절부절해요. 사실 결혼식때 황태자의 얼굴도 잘 못봤고 그 이후로는 목소리도 듣지못하고 두번째 만남이거든요. 게다가 오늘은 향일. 벌써부터 몸의 체온이 올라가는게 느껴져서 날개도 퍼덕퍼덕 발은 동동 구르고. 궁인들이 제발 가만히 좀 있으라는데 그게 될리가. 온통 외설적인 붉은 침대에 누워있는데 문이 드르륵 열리고 황태자전하 납시오. 하는 소리가 들려요. 원식이는 감았던 눈을 꼭 감고 침상위로 무게감이 느껴지게 올라앉는 것이 느껴져요. 황태자에게서 시원한 향이 나고 원식이는 스르륵 눈을 뜨게되요. 바로 앞에 있는 황태자의 얼굴에 식겁해서 숨을 헙 들이마시고 순딩순딩한 얼굴에 한번 잘생긴 얼굴에 두번 놀라고 눈을 다시 감아요. 이름이 뭐라고 하느냐. 김충립 장군의 아들, 기,김원식이옵니다. 그래 나는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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